시민단체 "일본 정부, 라인 지분매각 행정지도 조치 철회" 촉구
"네이버를 지배구조서 밀어내기 위한 마지막 수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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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네이버의 라인 지분매각 행정지도 조치를 철회하라.”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준비위)는 9일 2차 성명문을 내고 이 같이 촉구했다.

특히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라인야후에 “강하게 대응하라”고 한 발언의 저의와 자회사 라인야후가 최대주주 네이버에 주주관계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하며, 한일 양국간 신뢰 관계와 글로벌 비즈니스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프트뱅크의 라인 지배력 강화 작업”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일본 정부로부터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받고 라인야후 중간 지주사 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라인야후도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한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는 지난 8일 결산발표회에서 “대주주인 위탁처(네이버)에 자본의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는 얘기다.

이데자와 CEO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위탁처(네이버)와 자본적인 지배 관계에 있는데 대한 재검토’이며, 말하자면 대주주인 네이버에 (데이터 관리를) 위탁하는데, 위탁처인 대주주에 강하게 관리를 요구할 수 있겠냐는 과제를 준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런 의미에서 위탁처에 자본의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위정현 IT시민연대 위원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와 자민당의 라인과 네이버 때리기가 소프트뱅크라는 일본기업의 라인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라인 신화의 주역’ 신중호 라인야후 대표이사 겸 CPO(최고제품책임자)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라인야후 경영전략을 포함해 이사결정권을 쥔 이사진은 모두 일본인으로 교체된다.

기존에도 라인야후 이사회는 소트프뱅크 4인, 네이버 3인으로 구성된 상태에서 모든 경영상의 의사결정은 소프트뱅크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신중호 대표까지 이사진에서 물러나면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위 위원장은 “일본 총무성이 소프트뱅크에 요구한 라인 지분 강화는 네이버를 지배구조에서 실질적으로 밀어내기 위한 마지막 수순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상식적…일본 정부는 공산당인가”

이데자와 CEO의 발언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이번 건은 중대한 사태이기 때문에 강하게 대응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위 위원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강하게 대응하라’는 발언의 진위와 저의를 묻고자 한다”면서 “강하게 대응하라는 말이 강하게 네이버를 압박해서 라인 지분을 탈취하라는 것인지 답변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어떻게 라인이라는 자회사가 네이버라는 최대주주이자 자신을 창업한 모회사에게 주주관계 변경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지도 소프트뱅크에 묻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 간 비즈니스 관계에 우방국 정부가 개입하는 상황도 경악스럽지만, 이런 정부를 등에 업고 지분 탈취를 시도하는 소프트뱅크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는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모처럼 형성된 한일 양국간의 우호적인 관계에 엄청난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은 이러한 미중 대립관계와 전혀 다른,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 국가다. 어떻게 공산주의도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해외기업의 자산 매각 강요라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번과 같은 이례적인 ‘초법적’ 행정조치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를 묵과한다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 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강력한 항의와 반대의사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해외기업에 대한 ‘지분매각 요구’라는 자의적인 행정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에 대해서도 “소프트뱅크의 협박에 굴복한다면 향후 두고두고 네이버는 ‘친일기업’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13년간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을 상대 국가의 압력에 굴복해 넘겨준다면 이를 환영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